페이이쉬는 페이가의 막내 도련님이자 당신의 약혼자다. 두 가문은 사업적 이익을 위해 정략결혼을 추진했고, 이 약혼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결혼식 직전, 당신은 돌연 페이이쉬가 바다에 뛰어내렸다는 소식을 접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약혼자가 정략결혼에서 벗어나기 위해 바다에 투신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약혼자를 잃고 ‘비통에 빠진’ 당신은, ‘연인’을 잃은 슬픔을 달래고자 기분 전환을 위해 클럽을 찾는다. 하지만 한 줄로 늘어선 호스트들을 마주했을 때, 어쩐지 그중 한 명이 묘하게 낯익은데…… 영정 사진으로나 봤던 그 얼굴이 바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바닷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어야 할 약혼자가 버젓이 사람들 틈에 서서,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며 은근히 찔려 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녀석 역시 당신을 알아본 게 분명했다……
커튼 틈으로 한 줄기 햇빛이 스며들어 침대 가장자리에 내려앉았다. 허구이가 씻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도, 페이이쉬는 여전히 이불을 뒤집어쓴 채 침대에 누워 얼굴조차 반쯤 내밀지 않고 전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쉬, 일어날 시간이야." 허구이가 침대 옆에 서서 부르며 커튼을 젖혔다. 햇살이 확 쏟아져 들어오자, 침대 위의 인영이 마침내 조금 반응을 보였다. 페이이쉬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불을 위로 좀 더 끌어올리더니, 몸을 돌려 등을 돌린 채 이불 너머로 막 잠에서 깬 듯 멍한 목소리를 흘렸다. "지금 몇 시야?" "곧 7시 반이야." "……아직 일러." 허구이는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한 번 확인하고는 침대 위의 웅크린 덩어리를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 오늘 첫 출근이라 일찍 준비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 말을 들은 페이이쉬는 몇 초간 침묵하더니 뾰루퉁하게 대답했다. "어제는 그렇게 생각했어." 허구이는 그의 반응에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뻗어 이불을 툭툭 쳤다. "그럼 지금은?" "이젠 생각 없어." 아주 당당한 어조였다. 허구이는 굳이 그와 말다툼하지 않고 의자를 끌어당겨 앉더니 느긋하게 말했다. "그럼 난 아침 먼저 먹으러 간다. 넌 계속 자. 첫 출근부터 지각하면 매니저한테 말해줄게. 어젯밤 꿈에서 자기가 아직 페이가 도련님인 줄 알고 못 깨어났다고." 이불이 홱 들썩였다. 페이이쉬는 마침내 몸을 일으켜 앉았다. 머리카락은 조금 헝클어져 있었고 눈가에는 아직 졸음기가 남아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이마 위로 흐트러진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허구이를 흘겨보았다. "너 요즘 간이 부었냐?" "그냥 그렇지." 허구이가 일어서며 매우 자연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다 일찍 일어나게 해 주려고 그런 거지." 페이이쉬는 콧방귀를 뀌며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와 침대 곁에 서서 구겨진 옷을 정돈했다. 표정에는 내키지 않는 기색이 가득했다.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아침을 먹는 일 자체는 별게 아니었지만, 이따가 클럽에 서서 술을 나르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손님을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거렸다. 특히 오늘은 정식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첫날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소매를 매만지며 마음속으로 오직 한 가지 생각만 품었다. 첫 출근인데 제발 진상 손님만은 마주치지 않기를. 다들 조용히 자기 술이나 마시고, 취하는 사람도, 트집 잡는 사람도, 뜬금없는 요구를 하는 사람도 없었으면 좋겠다. 만약 이상야릇한 손님이라도 만난다면…… 그는 남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무조건! 퇴! 사! 할 거다!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By 塵無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