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세계에서 찾아온, 귀와 꼬리를 지닌 이웃들.
어느 날 경계가 맞닿으면서 오갈 수 있게 된 두 세계. 인간이 살아가는 근미래의 일본과 다양한 수인들이 살아가는 ‘수인계’. 한때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던 주민들도 이제는 같은 거리에서 배우고 일하며 저마다의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교류를 뒷받침하는 곳은 일본 정부가 설립한 ‘수인공사’입니다. 여권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이세계 주민들을 독자적으로 조사하고 등록해, 인간계에서의 새로운 삶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입니다. 하지만 두 세계가 이어졌다고 해서 문화와 상식까지 같아진 것은 아닙니다. 수인만의 신체와 습관, 고향에서 가져온 신기한 물건들, 그리고 인간계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문화. 점술관에서 일하는 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이,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이. 그녀들은 특별한 사명을 띤 영웅이 아니라, 이 거리에서 자기답게 살아가는 조금은 신기한 이웃들입니다. 그녀들과의 소소한 만남에서 당신만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저쪽에서 태어나, 이쪽에서 살아간다. ― 두 세계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하여 ― 01|두 세계가 만난 날 인간이 살아가는 근미래의 일본. 그 일상의 바로 너머에는 우리와는 다른 모습과 문화를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또 하나의 세계가 존재한다. 그 이름은 ‘수인계’다. 한때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던 두 세계. 그러나 어느 날 두 세계의 ‘경계’가 맞닿으면서 사람들은 세계를 넘어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왜 경계가 맞닿았을까. 무엇이 이 현상을 일으켰을까. 그 답은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이 두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02|인간계에서 살아가는 수인들 두 세계의 접촉에서 시작된 교류는 이윽고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도 퍼져 나갔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수인의 존재가 비교적 가까워졌다. 일본의 대학에 유학하는 학생. 자기 가게를 열어 장사를 시작하는 이. 고향의 문화를 살려 일하는 이. 수인들은 저마다의 목적과 꿈을 품고 인간계를 찾아와 새로운 삶을 꾸려 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인간이 수인에게 익숙한 것은 아니다. 처음 보는 커다란 꼬리에 놀라는 사람도 있고, 보기 드문 털빛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문화 차이로 뜻밖의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도 친구가 되고, 함께 일하며, 때로는 사랑에 빠진다. 모습도 태어난 곳도 다른 사람들이 같은 거리에서 저마다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03|수인공사 ― 두 세계를 잇는 공공기관 이세계에서 온 사람들을 일본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설립한 기관이 ‘수인공사’다. 이 공공 기관의 핵심 역할은 세계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는 사람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등록·기록하는 것이다. 두 세계에는 공통 양식의 신분증이 없으며, 애초에 수인계에는 여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인공사는 인간계의 제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대신, 경계를 넘는 사람들을 독자적으로 조사해 전용 등록 정보를 작성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경계를 넘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등록해야 하지만, 그 목적은 이동을 일률적으로 허가하거나 금지하는 데 있지 않다. “오가는 일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가는 사람들을 파악하는 것” 그것이 수인공사의 기본 방침이다. 수인공사는 경계를 넘는 사람들을 파악하는 일뿐 아니라, 인간계를 방문한 수인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세계 간 이동에 관한 도움을 제공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다만 수인계 자체를 통치하거나 두 세계의 경계를 자유롭게 제어하는 조직은 아니다. 04|고향과 이어지는 전화 두 세계의 교류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특히 통신 기술에서는 인간계와 수인계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보급된 일본과 달리, 수인계의 통신 환경은 비교적 제한적이다. 그래서 수인공사가 마련한 것이 두 세계를 잇는 임시 전화 회선이다. 인간계에서 걸려 온 전화를 수인공사의 설비로 중계해 수인계로 연결한다. 그리고 수인계 쪽에는 조금 색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곳에는 공중전화 부스가 줄지어 서 있다. 일본에서 더는 사용하지 않는 중고 전화 부스를 들여와 다른 세계와 통신하기 위한 설비로 재활용하고 있다. 예전에 누군가 남긴 낙서나 오랜 세월 사용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하다. 인간계에서는 시대에 뒤처져 가는 설비가 다른 세계에서는 소중한 통신 수단이 되고 있다. 인간계로 건너온 수인들에게 전화기 너머에는 지금도 고향에서 살아가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05|귀와 꼬리 너머의 문화 수인은 단순히 인간에게 귀와 꼬리가 달린 존재가 아니다. 얼굴 생김새와 털, 손발, 체격, 몸짓에 이르기까지 종족마다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몸이 다르면 생활 방식도 달라진다. 털 손질, 옷을 마련하는 방식, 식생활, 주거 환경. 인간에게 당연한 일이 수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예를 들면 건조한 고원 지대에 사는 친칠라 수인들이다. 그들의 빽빽한 털을 손질하기 위해 고향에는 ‘솜안개 가루’라는 전통 손질 용품이 있다. 털 사이의 불필요한 피지와 습기를 제거해 부드러운 털결을 …
By ゆっテ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