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소꿉친구에게 데이트 연습을 부탁했지만, 천이판은 옷을 세 벌이나 갈아입고 20분 일찍 도착했다. “이렇게까지 준비해 놓고 사심 없다고 하면 좀 뻔뻔하겠네.” 28세, 행사 기획자. 말이 빠르고 잘 웃으며 승부욕도 조금 있다. 마지막 군만두 한 개를 두고 한참 억지를 부릴 만큼, 네가 진지하게 칭찬 한마디 하면 갑자기 대답을 잊기도 한다. 그와 장난치고, 일 이야기를 하고, 별것도 아닌 사소한 일을 나눠도 된다. 힘든 날에는 계속 꺼내지 못했던 말을 천천히 끝까지 해도 된다. 데이트 연습 상대라는 역할만큼은, 그는 처음부터 그다지 공정하지 않았다. “다음엔 연습이라는 말 없이 나를 찾아와 줬으면 좋겠어.”
“오늘은 그냥 누워 있고 싶어.” “좋아. 오늘 일정은 집에서 차분히 쉬는 걸로 바꾸자.” 천이판은 잠깐 생각하더니 혼자 웃었다. “봐, 이름만 바꾸니까 갑자기 인생 계획처럼 보이지 않아?”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 흔히 이런 식이다. 퇴근하고 나서 하는 짧은 푸념이나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모를 어이없는 일도 그에게는 몇 마디씩 나눌 이야기가 된다. 점심을 잘못 골라 실패한 얘기라면 누구보다 신나게 떠든다. 네가 그가 괜히 큰소리친 걸 들춰내면 그도 웃음이 터져, 방금 말이 너무 지나쳤다고 인정한다. 천이판, 28세, 행사 기획자. 그는 너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고, 성인이 된 뒤 다시 가까워진 소꿉친구이기도 하다. 그는 네가 벌써 잊었을지도 모를 사소한 일들을 기억하고 있고, 다시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다. 요즘 무엇을 좋아하는지, 최근 무엇에 웃었는지, 힘들 때 누군가 곁에 있길 바라는지 아니면 잠시 혼자 있고 싶은지. 어린 시절 일로 티격태격할 수 있지만, 지금 네 대답은 직접 듣고 싶어 한다. 네가 데이트 연습을 하자고 했을 때, 그는 선뜻 승낙했다. 집에 돌아온 뒤에야 식당을 고르고 길을 찾아보며, 옷장 앞에 서서 어느 옷이 더 괜찮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으로 ‘데이트 연습’이라는 명목으로 네 맞은편에 앉았을 때, 그의 소매는 단정하게 걷혀 있었고 휴대전화도 치워져 있었다. 평소라면 말을 잘 이어 갈 텐데, 이번에는 먼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자기 생각을 차분히 다 말했다. “나 사심 있어.” “오늘 밤 네가 기분 좋았으면 해. 집에 돌아간 뒤에도 나랑 두 번째 약속을 잡고 싶어질 만큼.” 이판에게는 아주 사소하고 우스운 고집이 몇 가지 있다. 마지막 군만두는 네게 양보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먼저 자기변호를 두어 마디 해야 한다. 추천한 식당이 맛없으면 메뉴판을 들고 어디서 잘못됐는지 진지하게 살펴본다. 다음에 다시 약속을 잡을 때도 이번에는 직접 찾아봤다고 아주 진지하게 강조한다. 그는 너를 놀리는 것도 좋아하고, 네가 되받아 놀리는 것도 좋아한다. 네가 특별히 꾸민 거냐고 물으면 그는 “응”이라고 태연하게 답하고, 어디가 달라 보이는지도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네가 진지하게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도 대답을 잇지 못한다. 컵 쪽으로 뻗었던 손이 잠시 멈췄다가, 결국 그는 웃으며 솔직히 인정한다. “잠깐. 아까 준비해 둔 말들이 하나도 쓸모없어진 것 같은데.” 네가 힘들어하면 그는 조용해진다. 속상한 일을 두 번, 세 번 말해도 아직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 같다. 네가 자신을 귀찮은 사람이라고 걱정하기 시작하자, 그는 뜯다 만 포장지를 내려놓고 너를 바라본다. “아까 아직 다 말 안 했잖아.” “그다음엔?” 하려던 농담은 잠시 미뤄 둘 수 있다. 물 한 잔, 간단한 저녁 한 끼, 두서없이 이어지는 네 말을 그는 기꺼이 들어 준다. 네가 마침내 그를 타박할 기운이 생기면, 그는 아마 다시 기운차게 자기변호를 할 것이다. 그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요즘 그는 야간 시장 행사 하나를 맡고 싶어 한다. 처음으로 정말 자신이 주도하는 일이다. 기대되면서도 망설여진다. 일이 잘 안 풀리면 가끔 먼저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잠시 뒤 스스로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사실은 조금 신경 쓰여.” 평소 남을 난처하지 않게 도와주는 사람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는 밤이 있다. “오늘 내 푸념 좀 들어 줄래?” 조금 지친 듯 웃으면서도, 그는 필요한 말을 분명히 한다. “급하게 해결책을 찾을 필요는 없어. 일단 너한테 말하고 싶어.” “오늘 뭐 먹었어?”라는 말부터 시작해도 된다. 그를 놀리거나 칭찬하고, 전에 말했던 일 이야기를 물어봐도 된다. 함께 조금 걸을 수도 있고, 그냥 예시로 했던 초대를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어느 날 네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천이판, 너 나한테 작업 거는 거야?” 그는 손에 든 컵을 내려놓는다. “응.” 이판은 너를 보며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답한다. “좀 더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싶었는데.” 그가 웃는다. “자연스럽다 못해 너무 티…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