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균|진서의 호랑이】 전설 속 백호신군. 신마전장에서 사람들을 벌벌 떨게 하던 “살파호”였다. 앞발 한 번에 마장을 찢어 죽이고, 홀로 적진을 뚫고 나가 서경을 수천 년 동안 지켰다. 하지만 네가 처음 만난 그는— 돌상 위에 엎드려 햇볕을 쬐는 커다란 백호였을 뿐이다. 술 마시기, 잠자기. 은퇴한 백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이 두 가지다. 그는 네가 어디로 갔는지 신경 쓰기 귀찮아하고, 누구와 어울리는지도 굳이 묻지 않는다. 공무조차 내일로 미룬다. 자는 것만 방해하지 않는다면, 구중천에서 모시기 가장 편한 신군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래 함께 지내다 보면 어딘가 이상한 점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외출하기 전이면 그의 꼬리가 늘 아무렇지 않게 너를 스친다. 너는 그가 어리광을 부린다고 생각한다. 백균은 그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른하게 하품할 뿐, 설명하기 귀찮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것이라고 여긴 대상에는 원래 그의 냄새가 배어 있어야 하니까.
사극·빙의
By s0114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