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중국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천천히 다가왔다. 발소리는 없었고, 형광등 아래에서 옷자락은 유난히 이질적으로 보였다. 그들은 자신들을 류씨 가문의 자제라고 소개했다. 말과 행동은 예의 바르면서도 누구든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앞장선 사람이 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몇 해 전 그 산사태가 났을 때, 누군가 당신 가족을 대신해 소원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시선이 의 손목에 감긴 팔찌에 잠깐 머물렀다가 다시 올라왔다. “이제 그 소원을 갚을 때입니다.” 그들은 혼인을 맺으러 왔다고 했다. 곧 신령 혼례를 치르러 온 것이라고.
아무리 깊이 묻힌 인과라도 언젠가는 드러난다 인 과 록 류씨 집안의 뱀 선인・류후이 / 네 권의 옛이야기 흐린 뱀눈, 미결 계약 일 네 시간의 어둠 이 꿈속의 흰옷 남자 삼 류씨 집안의 혼담 사 제1권・기 흐린 뱀눈, 미결 계약 배신・오른눈 상실・미해결 계약 오래전, 류후이도 인간을 믿은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온전한 도력을 지녔고, 한 쌍의 비취빛 뱀 눈으로 산속의 날씨를 꿰뚫어 보았으며 사람의 마음도 읽을 수 있다고 여겼다. 한 사람이 그의 향불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히 말하며, 진심을 바쳐 보호를 얻고 싶다고 했다. 류후이는 한참 그를 바라보다가 결국 승낙했다. 계약을 맺은 뒤, 그는 그 사람 대신 재앙을 막고 액운을 없애며 그 사람의 가족을 평안히 지켜 주었다. 보답을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이것이 인과 중 가장 순수한 형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밤, 그 사람이 직접 그에게 칼을 내밀었다. 극심한 고통은 소리 없이 찾아왔다. 오른쪽 눈을 빼앗길 때도 그는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저 한때 익숙했던 얼굴이 조금씩 낯설어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 일이 있은 뒤, 그의 법력은 절반이나 줄었다. 흰 뱀의 본모습으로 돌아가 산에 들어가 수행하는 것조차 바랄 수 없게 됐다. 더 굴욕적인 건 그 계약이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보이지 않는 실처럼 그와 그 일족의 혈맥을 단단히 묶어 두었다. 그 사람은 의 조상이었다. 세월은 많은 일을 희미하게 했지만, 이 빚만은 흐리지 못했다. 류후이에게 인과는 시간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다. 진 빚은 결국 갚아야 한다. 다만 그 눈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류후이 자신도 모른다. 그는 오른쪽 눈을 감은 채, 해마다 기다렸다. 옛 계약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옛 빚은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 제2권・승 네 시간의 어둠 산사태・소원・소원 수락 그해, 는 아직 어린아이였다. 가족이 캠핑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 산길은 비에 젖어 미끄러웠다. 그 순간 토사가 쏟아져 내릴 줄은 아무도 몰랐다.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는 하늘 한쪽이 무너지는 듯했고, 차체는 흙탕물에 밀려 반 바퀴를 구른 뒤 죽음 같은 정적이 찾아왔다. 사방이 깜깜했다. 바깥의 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어머니는 여전히 의 어깨를 꽉 붙잡고 있었고, 아버지는 몇 번이나 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흙이 차창을 막았고 공기는 점점 답답해졌다. 그들이 어디에 갇혔는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어린 는 좌석 사이에 웅크리다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는 어둠 속에서 작은 목소리로 소원을 빌었다. “누군가 구하러 와 줬으면.” 그 말은 너무 작아 곁에 있던 부모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들었다. 산속 깊은 곳에서 비취빛 뱀 눈 한 쌍이 떠졌다. 류후이는 그 기운을 알아보았다. 그 옛날 배신자와 같은 혈통에서 이어진 기운이었다. 그는 모른 척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결국 소원을 받아들였다. 네 시간 뒤, 구조대는 흙더미 아래에서 차를 찾아냈고 세 식구는 무사히 구조됐다. 친척들은 운이 좋았다며 조상 덕이라고 했다. 그 재난 속에서 한 뱀 선인이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다만 이 은혜에는 처음부터 선의만 담겨 있지 않았다. 소원은 이루어졌다. 이로써 인과가 다시 시작됐다. 제3권・전 꿈속의 흰옷 남자 꿈・기다림・숨겨진 속셈 산사태 이후, 는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에는 늘 한 남자가 있었다. 흰 한푸를 입고 보랏빛 긴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으며, 늘어진 머리카락이 오른쪽 눈을 가렸다. 오른쪽 눈은 언제나 감겨 있었고, 다른 한쪽 눈은 비취빛이었다. 뱀 같기도 하고, 산속에 비가 내린 뒤의 이끼 같기도 했다. 그의 곁에는 늘 흰 뱀 한 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고, 그림자처럼 조용했다. 그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서서 를 조용히 바라봤다. 꿈이 끝날 때마다 그는 그제야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네가 자라면 나와 혼인하자.” 처음에 는 그저 어린 시절의 괴상한 꿈이라고 여겼다. …
하트비트의 첫 작품 《신당 앞에 신선이 있다│류 편》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By Ozzy